4월 26

네덜란드 놀이기행

지난 10월, 일주일간 네덜란드를 다녀왔는데요.
화려한 국외사례의 놀이터들과 더불어, 유럽의 뛰어난 복지시스템 속의 어린이 놀이환경은 어떨까 라는 의문을 품으며 네덜란드의 놀이터들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 네덜란드로 떠났습니다!
암스테르담과 헤이그, 로테르담 세 도시 곳곳의 놀이터를 살펴 보았고, 답사다녀온 곳을 소개해드릴께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따라오세요~

마을과 백야드 놀이터

Backyard Playground

짐을 풀고 숙소 근처를 걷다 가장 먼저 발견한 동네 곳곳의 백야드 놀이터. 서울의 고 밀집 된 아파트 위주의 주거환경과는 다르게 집 앞의 뜰이 있고, 물이 있는 암스테르담의 주거환경에는 백야드 놀이터를 조성해 놓을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주변의 빅트리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나무오르기, 매달리기, 건너기를 할 수 있는 자연 놀이터가 됩니다.
집앞의 뜰과 수로가 있는 암스테르담 주거환경에는 백야드 놀이터를 조성해놓을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Amsterdam

네덜란드의 숲 놀이터

Forst Playground

커피를 한잔 마시며 다시 아침을 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오늘은 암스테르담의 숲놀이터를 알아보러 가볼까 하는데요.
네덜란드의 바다보다 낮은 땅을 가진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아이들 역시 물은 친숙한 환경 요소로 작용합니다.
숲 놀이터도 물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많은 숲놀이터들이 물과 녹지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놀이환경이 조성되어있는데요.
싹싹 긁어 모아서 한번에 소개해 드릴게요.

이곳 De Natureluur에 방문했을때 날씨가 너무 좋아 숲놀이터가 더욱 돋보이네요.
물놀이터와 숲놀이터가 결합된 모습의 네덜란드 자연놀이터 인데요. 통나무건너기와 다이빙대, 뗏목 등 물과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환경이 잘 조성되어있습니다. 여름이면 이곳에서 재미있게 놀고있을 아이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상상됩니다.

Amsterdam

러프한 맛이 있는 네덜란드 숲놀이터. 직접 불을피우며 놀이를 하는 공간과 아지트, 트리하우스도 마련되어있습니다. 직접 뚝딱뚝딱 지은듯한 오두막 아지트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죠.

낙서왕 더치키즈

Doodle Play

거리를 지나다니며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어린이들의 낙서. 여러가지 색의 초크를 이용해 바닥에 그림이 그려져있어요. 어떤 아이들에게는 놀잇길이 되기도 하며, 낙서가되기도 하고, 그림이 되기도 합니다.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해맑고 즐거워 보입니다. 역시 고흐의 나라 네덜란드 어린이 답습니다.

낯선 곳에서 온 우리에게 네덜란드 국기를 금새 그려 선물해준 더치키즈.
아이들의 자유로운 바닥그림놀이
도시 곳곳의 바닥은 아이들의 낙서장이 됩니다.

도시속의 작은 놀이터들

Small Playground

도시를 걷다보면 보도 옆의 자투리 공간이나, 녹지의 한 귀퉁이에서 작은 놀이터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생각해 보자면, 동네 구석구석 허리돌리기나 어깨돌리기 등 운동시설물이 있는 공간에 놀이터가 있는 셈입니다. 놀이시설물의 규모도 작고 공간도 협소하지만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놀이터를 더욱 더 자주 만날수 있게 됩니다.

보도 옆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작은 놀이터들
네덜란드의 대표 설치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조형놀이터도 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아프리카 속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곳곳의 작은놀이터들을 만난 후 느낀것은
온동네가 아이를 위한 시설을 위하여 애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네덜란드의 통합놀이터

Inclusive Playground

멜리스 스토크파크 Melis Stokepark
헤이그에 위치한 공원에서 만났던 멜리스 스토크파크의 통합놀이터에서는 다양한 민족성을 띤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신나게 놀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2010년에 지어진 놀이터로, 만들어진지 10년 가까이 되는 놀이터 상태 치고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래도록 동네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놀이터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멜리스 스토크파크 통합놀이터 (Melis Stokepark)

이 동네에는 놀이터가 하나밖에 없어서?
동네 놀이터 중 가장 크고 좋아서?

모든 아이들을 한데 모이게 하는 친화적인 놀이 구성에 지속성을 보탠 것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가장자리로는 쉴 새 없이 뛰어다닐 수 있는 다용도 슬로프가 순환 하도록 배치되어있습니다. 뛰는 아이, 걷는 아이, 밀어주는 아이, 끌어주는 아이, 휠체어, 자전거, 킥보드를 타는 아이 모두 이 슬로프를 놀이 동선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이러한 슬로프에 더해진 빅 재미의 사면 놀이 삼총사와 그들을 통해 만나는 모래밭. ‘더할 나위 없었다.’ 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이 아닐까요?

반 캄펜바르트 Van Campenvaart

붉은 카펫이 주름잡힌 모양을 하고있는 슬로프가 특징인 헤이그의 대표적인 통합놀이터중 한 곳입니다. 휠체어 사용자가 옮겨타서 이용할 수 있는 슬라이드도 있고, 그네 또한 해먹형태의 누구나 이용이 쉬운 타입으로 적용되어있죠. 회전놀이대는 턱이 얕아 접근이 쉽습니다.
통합놀이터로서의 놀이 구성은 단순하지만 뛰어납니다. 하지만 관리측면의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붉은 카펫을 형상화 한 공간은 고무칩 포장이 군데군데 찢겨나가 있고, 보수를 많이 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상기시키는 답사지 입니다.

반 캄펜바르트 통합놀이터
공간의 입체적설명이 가능한 점자 안내판

이곳의 안내판은 다른 놀이터의 안내판과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있었는데요. 바로 공간의 입체적인 모습을 설명하는 점자 안내판 입니다.
점자로 공간을 인지하고 그곳이 어떠한 놀이 기능을 갖는지 미리 알 수 있도록 한것이지요. 점자로만 이루어진 안내판보다 공간인지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반 베잉겐광장 Van Beuningenplein

이곳이 스포츠 코트인지, 놀이터인지, 휴게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인지 규정짓기 애매모호하지요? 이러한 공간이 네덜란드엔 종종 눈에 띕니다. 국내에서 다양한 조건을 수용해야 하는 지역 내 공원의 경우, 극단적인 놀이터의 존재는 때에 따라 그리 환영 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공간을 이용하는 모든 연령층과 그에 맞는 활동을 포괄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답사에서 만난 암스테르담의 Van Beuningenplein이 하나의 솔루션을 제시 해 주었습니다.

Van Beuningenplein의 통합공간

공공용지의 지하에 주차장을 지으며 지상에는 광장과 놀이터 등을 설계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고 합니다. 두 개의 다용도 코트와 그 두 코트를 에워싼 바운더리는 스케이터가 사용하고, 지역특성으로 겨울에 물이 범람하면 아이스코트가 되기도 합니다. 한쪽으로는 마운딩 공간과 놀이를 위한 크고 작은 타워, 여러 개의 줄 그네와 휴식 데크, 벤치 등 지역주민과 어린이의 외부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집약공간 입니다. 통합공간의 개념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곳에는 로프와 높낮이가 다른 안장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이 있습니다. 이 기능은 그리 특별하지 않고 흔하며, 때론 고루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네는 어린이만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온전히 이용하는 사람의 것이 되는 것이지요. 한편으로 이렇게 특별한 요소가 없다는 것은 아이든 어른이든 구분 짓지 않고 사용하기에 충분하다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을 되짚어보면, 특정집단만을 위한 특별한 요소를 만들지 않는 것으로 장애아동과 비 장애아동의 구분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전에 관련된 글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터’ 가 아닌 ‘어린이 놀이터’ 그냥 그 자체인 것이다.
이용자들은 각기 다른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이 공간을 방문합니다. 어떤 아이는 조성된 마운딩 사이를 자전거로 내내 달리기도 하며, 모래 놀이장은 마운딩 산을 넘어 만나게 되는 모래 장애물에 불과하기도 합니다. 그 아이에게는 우리가 보편적 기능으로 생각하는 모래로 성을 쌓고 두껍아 두껍아를 외치는 모래놀이장의 기능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엄마들은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프라이빗한 휴게공간에 삼삼오오 앉아서 담소를 나눕니다. 하지만 이 공간의 또 다른 모습은 어린아이들의 아지트이며, 자기 몸을 숨겼다가 나타내며 ‘Peekaboo’ 하는 공간일 뿐인 것이지요. 이 답사지를 둘러보며 개인의 다양한 생각과 행위를 인정하며, 다수의 사용자를 포괄하는 놀이공간을 그려보게 됩니다.

해외사례 속 놀이터 마주하기

Netherlands Playground Case

구글링으로 접하던 해외사례 속 놀이터들. 그중에서 네덜란드에서 꽤나 알려진 놀이터들을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해외 사례 이미지로 더 친숙한 사진 속 놀이터에 직접 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드릴게요.

Billie Holiday Hague

넓은 녹지위에 위치한 Billie Holiday가 우리를 맞이해 줍니다.
Billie Holiday 내부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빌리홀리데이 놀이터는 큰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어졌습니다.
유지관리 상태는 뛰어나지 않았지만 제 기능은 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불규칙적인 덩어리의 놀이시설물은 아이들이 상상하며 놀이를 이어나가기에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또, 푸른색의 큰 규모가 주는 시각적인 압도감은 엄청납니다. 놀이터가 붐비지는 않았고 동네 아이들이 하나 둘 적당히 놀다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Laan van spartan Amsterdam

라 반 스파르탄 네트터널 놀이대

주택가에 위치한 라반스파르탄의 놀이터는 길다랗게 보도를 따라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는 놀이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간별로 마운딩과 트램폴린, 하우스, 네트터널 놀이대 등이 위치해 있고, 협소한 공간을 해결하기 위해 기둥을 기준으로 놀이영역이 상단으로 위치해 있습니다. 시설물은 사진으로 접했을 때 보다 체감상 훨씬 높고, 조금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곳 아이들은 익숙한듯 빠른속도로 터널을 통과하고 재미있어 합니다. 사진으로 볼 수 없었던 디테일을 직접 보니, 우리와 다른점도, 같은점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공중으로 띄워진 놀이시설물들

Osdorp Oever Amsterdam

공중 터널 형태의 Osdorp oever Playground
Osdorp Oever 통로 내부

국내에서 꽤나 알려져 있는 carve사의 Osdorp Oever 놀이터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놀이터 부지임에도 불구하고 놀이영역을 공중으로 올려 터널을 만들고 지면 이용을 최소화 하게끔 계획한 것이 한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어른인 제가 몸을 굽혀 터널놀이를 이어가는일은 쉽지 않네요. 하하 허리디스크가 재발할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위치한 주황색의 비정형적 아지트는 보아왔던 이미지보다 꽤 큼직합니다. 어른 여럿이 들어가 로프놀이를 즐길 수 있을 정도 입니다. 저는 이 놀이터에서 만큼은 네트길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편이 더 좋습니다. ^^

Ooster Park Play Garland Amsterdam

오르막과 내리막은 아이들에게 미끄럼이 되기도 한다.

이미지에서 보아왔던 그대로의 느낌이 전달되었던 놀이터 Play Garland.
시설물은 크게 동선을 갖는 메인 로드와 그 주변에 작은 놀이기능이 파생되어있는 형태로 놀이공간이 조성되어있습니다. 처음엔 놀이기능이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되었는데, 한참 아이들을 지켜보다 그 안에서 놀이를 만들어 동선을 이용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꼭 그렇지도 않구나. 기능이 많고 복잡하다고해서 재미있고 잘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 대표적인 네덜란드 놀이터들을 둘러보고 난 소감을 몇글자 적고자 합니다.
멋지다고 생각되는 해외사례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이미지로 보여지는것보다 공간과 시설물이 어우러져 압도적인 놀이터로 여러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도 있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이 없는것처럼 부실하고 허울뿐인곳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에너지를 방출하고, 또 얻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우리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보다도 내실있는 놀이터가 먼저 되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놀만한 놀이터를 제대로 만들어야겠습니다.

글.사진 문은정
스페이스톡 환경디자인 연구소
mercimoon@spacetalk.co.kr

” 아이들이 놀만한 놀이터를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