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

골목길, 색동옷을 입다.

1박2일에 나온 이화벽화마을 런닝맨의 감천문화마을….

최근 관광명소로서 골목길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구비진 골목골목 마다 색색의 이야기를 입은 벽과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은 우리들로 하여금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게 만들고 바쁜 삶 속에 잃어버렸던 추억을

되찾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골목길은 너무 어둡고 무섭다.

골목길은 여전히 범죄나 안전문제에 취약하다. 어둠이 찾아오고 가로등 불빛에 의지한 채 홀로 골목길을 걷고

있자면 ‘누가 따라오진 않나….’ 집은 가까워질 듯 멀게만 느껴진다. 최근 안전한 밤길확보를 위해 도시시설을

새롭게 조성하는 범죄예방디자인(CPTED, 셉티드)을 적용한 골목길 개선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골목길의 이유 있는 변신은 전지도와 더불어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고, 이 사업

으로 동네 분위기가 쾌적하고 밝게 변해 우범지대의 최소화는 물론 주민들에겐 여유 있는 삶을 제공해 준다.

그럼 앞에서 말한 범죄예방 디자인이 골목길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살펴보자.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

옛날 마포나루를 거점으로 한 소금쟁이들이 터를 잡고 살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소금길”

소금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소금길의 캐릭터는 우리에게 1번부터 68번까지 넘버링 되어 있는 산책로를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우리는 그 친절한 안내에 따라 바닥에 그려진 점선을 따라 걷기만 하면 염리동 한 바퀴를 여유로이

구경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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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염리동은 다른 골목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매년 빈번하게 성범죄가

일어나던 소금길은 지난 10월 이후로 단 한 건의 성범죄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금길에는 범죄예방

디자인에 충실한 시설들이 곳곳에 있다. 자신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노란가로등의 번호판, S.O.S를 청할

수 있는 비상벨, 위험상황 시 대피 할 수 있는 소금지킴이 집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위험할 때 문 두드리면 나를

도와줄 이웃이 있다는 생각에 든든하고 정겨운 마음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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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는 색이 바래거나 벗겨지기 일쑤이다. 그래서 소금길의 벽화는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보수하고 칠 할 수 있도록

간단한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고, 페인트 배색 매뉴얼 또한 명확하게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안전하고 아름다운 골목

길을 만들기 위해 작은 것 하나하나에 배려하고, 지속가능한 것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혼자가

아닌 “ 함께” 라는 마음으로 소금길을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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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인헌13길”
낙성대[落星垈]는 강감찬 장군의 출생지로, 그가 출생할 때 별이 떨어졌다고 하여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낙성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인헌 13길이 “별을 가꾸는 마을”로 스토리텔링 되어 졌다. 별을

주제로 그려진 이야기가 있는 벽화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인헌동에 불시착한 어린왕자의 여행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넛지효과[nudge effect]를 활용하여 벽면 곳곳에 거울을 장식함으로 범죄예방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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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는 환경을 깨끗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긍정적이고 밝게 만드는 역할을 함으로써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삭막했던 골목길, 동네 자투리 공간에 주민들이 직접 꽃, 나무를 심어 꽃향기 가득한 곳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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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색을 살린 이야기 설정과 더불어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곳은 최근 도시녹화 우수사례로 선정돼

‘꽃피는 서울상’ 콘테스트에서 ‘골목길 분야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골목길을 홀로 걸으며…
오래된 집을 헐고 다시 짓는 것만이 마을을 가꾸는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느낀다. 오히려 오래된 벽 가득 그려져

있는 그림, 색색의 꽃이 손 흔들어 맞이해 주는 골목길에는 고향집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엄마를 마주한 것 같은

따뜻한 정겨움이 흐른다.

몇 해전 만해도 어둡고 삭막했던 골목들이 정비 사업을 통해 정겹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골목길 정비

사업은 긍정적인 효과를 입증 받아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앞으로 하나 둘 씩 정비될 골목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감동시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여기에 사업이 계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매뉴얼만 갖춰 진다면 1년 후, 3년 후,

10년후… 처음 감동 그대로 계속해서 사랑받는 우리네 골목길 어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무심코 걷다보면 문득 정겨움이 온몸을 휘감는 곳,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향수의 공간.
시원한 가을바람 따라 골목길 한번 걸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