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렛츠런 테마파크>
그림1) 렛츠런파크
말과 롤플레이가 결합된 스토리텔링형 테마파크인 “위니월드”는 2만 7,000여평의 규모의 부지에 19개의 빌리지와 44개의 체험공간으로 구성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기존의 테마파크와 달리 말이라는 특화된 아이템으로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메인테마는 말과 사람이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의 스토리로써, 해피 트레일 (Happy Trail)이라 명명하고 크게 페스티벌 존, 히스토리 존, 어뮤즈먼트 존으로 구성된다.
2015년 5월경 스페이스톡은 상징 체험 조형물인 트로이목마 디자인을 의뢰 받는다. 아직 공사가 진행중인 현장으로 제품이 완성되지 못했지만 본 웹진을 통해 디자인 과정을 공유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되기 바란다.
<트로이목마 탄생기>
1. 디자인 History
1-1 방향설정 (익숙함과 새로움)
사실 트로이목마라고 하면 사람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보편적인 이미지가 있다. 역사 책, 그리스신화 속의 삽화나 영화 “트로이”의 장면들이 그것이다. 필자의 경우 좋은 디자인은 익숙함과 생각지 못했던 새로움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을 리디자인(Redesign) 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이미지를 최대한 현실화 시킴과 동시에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고심 끝에 찾는 차별화 포인트는 목재를 주재료로 한 목마 위에 유럽 중세 시대 기사들의 말 갑옷을 결합하는 것이다. 트로이 목마 안에 숨어든 병사들은 목마의 몸체가 타격받아 파괴되는 것을 걱정했을 것이다. 이러한 가정 아래 화살의 공격에 많이 노출되는 부분엔 철갑 또는 목재를 한 겹 덧대 표현하기로 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설치 공간이 테마파크라는 지역적 특성이다. 테마파크는 스토리가 있으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상징 조형물에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그리스가 전쟁에 승리한 것을 기념으로 트로이목마와 함께 축제를 벌이는 상황을 부여했다. 고정하는 밧줄을 달고, 몸 구석구석 무기장식과 깃발을 추가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또한 내부로 연결되는 동선데크를 추가하여 체험성을 추가했다.
그림2) 리서치
1-2 트로이목마 리디자인(Redesign) 작업
필자가 생각했을 때 많은 스케치를 하고 3D로 시각화 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이다. 선 하나가 동세를 부여하고, 전체 형상의 실루엣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유 없는 선은 형태를 망칠 수 있다. 스케치를 하기 전에 말의 근육과 갑옷에 대해 충분히 리서치를 진행하여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큰 근육을 위주로 목마의 큰 면을 정하고, 근육의 결을 토대로 목재의 결을 그리는 작업을 반복했다.
이는 2D의 스케치를 3D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2D의 선을 3D로 옮기는 작업에 꼬박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선(Curve)을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구축하면 그다음 프로세스인 면(Surface)을 생성하고, 두께감을 표현하는 것은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림3) 디자인 과정
1-3 디테일이 마감이다.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Good design is thorough down to the last detail) 독일의 대표적인 산업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 중 9번째 문구이다. 조경시설물의 경우 이 9번째 문구는 매우 중요하다. 마감의 상태에 따라 사람들이 받는 감동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로이목마에는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었다. 몸채는 GRC 조각, 목마로 이동할 수 있는 데크는 목재, 무기 장식은 철재, 깃발과 밧줄은 패브릭을 사용한다. 다양한 소재를 사용할 경우 소재와 소재를 연결하는 마감이 품질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많은 협력업체와 스페이스톡 설계팀, 그리고 견적 담당자와 함께 풀어갔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다양한 장식의 디테일에 많은 공을 들였다. 국내외 설치되어 있는 트로이목마와의 차별되는 요소이며, 그에 따라 사람들의 시선과 동일한 높이에 주로 배치하였다. 방패에는 그리스 병사들의 투구와 성을 양각으로 표현했으며, 무기와 조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림4) 무기장식
1-4 전달(delivery)
디자인 결과물을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하는 것은 언제나 긴장되는 순간이다. 전달 방식에 따라 디자인 방향이 모두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시각화 시켜주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많은 고심 끝에 설정한 컨셉이 흔들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따라서 디자인 의도를 알아보기 쉽게 전달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또 다른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그림5) 최종 디자인 시안
2. 제작&현장 History
2-1 In Factory (사전 준비작업)
그림6) 철재/ 목재 공장 전경
현장에 제품이 나가기 전, 공장 검수는 아주 중요하다. 현장에서는 수정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므로 마감이 깔끔하게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GRC 조각을 지탱해줄 철물 제작과 데크의 목재 제작이 다른 공장에서 이루어졌다.
철물 제작 시, 전망대의 역할을 함께하는 조형물이므로 구조적 안전성과 인체공학적 요소들을 체크했다. 이 부분에서 전망의 기능에 장애요소로 작용했기에 말 얼굴의 각도와 사이즈를 변경했으며, 하중의 문제로 내부에 기둥을 추가로 설치했다. 아울러 큰 면의 방향과 견갑을 표현할 부위는 GRC 조각팀과 상의했다.
공장 검수의 단계에서는 철물보다 목재가 중요했다. 목재의 에이징 처리와 색상이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트로이 목마는 조각으로 표현한 후 도장으로 마감하는 것으로서 현장 작가분들과 소통이 중요하다면, 동선 데크는 공장제작품의 품질이 중요하다. 렛츠런테마파크가 옛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기에 공원의 컨셉과 잘 어울려야 했다. 목재의 에이징처리는 겉면을 태우고 무늬를 글라인더로 그렸다. 색상은 기와진회색을 채택했다.
2-2 현장은 소통이다.
그림7) 트로이 목마 조각 모습
현장은 소통이다. 특히나 GRC 조각 제품일 경우에는 조각가와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당시 현장은 8월경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었다.
디자이너와 조각가 사이에는 고유의 전문성이 존재한다. 소통함에 있어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핵심이다. 비록 디자이너의 구상대로 도면이 그려져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요구만을 해서는 안된다. 당연하지만 조각은 조각가가 전문가이다. 조각의 큰 방향성을 조각가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조각가는 디자이너의 의도를 이해하여 조각에 적용해야 한다. 현장 작업자들에 의해 품질이 결정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결론적으로 기획자와 작업자, 갑과 을, 돈을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을 떠나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자율성이 보장되고 고유의 전문성이 존중되어야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글을 마치며…>
현장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9월 28일 테마파크 오픈을 목표로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월의 살인적인 더위와 사투하며 현장에서 고생하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앞으로 조금 더 부탁드린다.
누구나 공감하는 것은, 공공의 물건을 만들 때는 자신의 물건을 만들 때보다 훨씬 사력을 다해야한다는 점이다. 그 물건은 모두가 사용하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잘못된 설계가 생각보다 큰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 조형물은 사람들에게 더 커다란 영감을 줄 수 있다. 누군가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제품의 존재 이유이다.
현장에 상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 디자이너는 현장과 소통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간구하여 효과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치열하게 제품의 품질을 올리는데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디자이너의 의무이자 사명이다.
그림8) 공사 진행 중인 트로이목마의 모습
자료출처: 구글이미지 검색/ 한국일보 2016.09.01 26면 3단/ 말산업저널 www.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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