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999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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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999展>

하나의 여행은 끝이 나고 또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안녕, 메텔… 지금 수 많은 추억을 안고 기적이 운다.

안녕… 은하철도 999

안녕…소년의 날이여

점점 기계화 되어 가는 요즘 시대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약 40여년 전 이러한 질문을 깊이 생각하고 이를 우리들 유년시절의 기억 속에 영원한 우주열차 “은하철도 999” 로 각인시킨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

마츠모토 레이지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있어 영웅 같은 존재로, 그의 예술적인 그림들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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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999’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기차가 어둠을 해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를 읊조리는 김국환 아저씨의 목소리다. 은하철도 999는 머나먼 미래를 배경으로 기계 백작에게 엄마를 잃은 지구소년 철이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신비한 여인 메텔과 함께 우주를 달리는 열차를 타고 기계 행성으로 가는 여정과 모험을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어린 나이에도 두 주인공은 음울한 분위기를 풍겼고, 그런 둘을 보고 있으면 침울한 기분이 들고는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귀여운 캐릭터여서 좋았던 「영심이」 , 「아기공룡 둘리」처럼 ‘은하철도 999’ 에 대한 정확한 스토리나 가치관은 명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제목만으로, 아니 OST 만으로도 유년시절이 떠오름에는 분명하다.

생명과 기계, 빠르게 변화하는 문명 속에서 은하철도가 가고자 했던 안드로메다에 철이는 과연 무사히 도착을 할 것인가. 2017년 3월~5월, 「은하철도 999 」 발표 40주년을 맞아 한가람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은하철도 999’展을 통해 유년시절을 생각하다 놀란 것은, 내포하는 내용이 이렇게나 많았었나 하는 점이다. 기술이 점차 발달함에 따라 돈 많은 사람들은 기계적인 몸을 갖게 되었지만, 빈민층은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기계의 몸을 갖지 못한 빈민층 인간들은 어두운 동굴에 모여 살며 기계 인간의 멸시와 냉대를 받는다. 철이와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인간 사냥을 취미로 하는 기계 인간이 철이의 엄마를 죽이면서, 그리고 그 살해 장면을 어린 철이가 목격하면서 기계 인간이 되기 위한 철이의 여행이 시작된다. 보통의 만화들이 그렇듯, 철이도 엄마를 죽인 기계 인간에게 복수하고자 긴 여행을 떠난다. 메텔은 철이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도움을 주는, 엄마와 같이 자상한 캐릭터이다. 아, 한 가지 더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차장의 ‘시간알림’ 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결국, 만화는 메텔과 철이의 헤어짐으로 끝을 맺는다. 누군가는 메텔과 철이가 각자의 길을 걷는게 슬픈 결말이라 했지만, 이러한 과정이 곧 우리 인생의 장면을 그대로 보여준 건 아닐지 생각해봤다. 그도 그럴것이, 철이의 여행은 마츠모토 레이지의 삶과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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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우주로 가는 꿈을 안고 천문학도를 꿈꿧던 그는,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18살 때 도쿄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였다. 당시 증기 기관차로 하루 꼬박 걸려 도착할 수 있었던 도쿄행 열차 안은, 어쩌면 철이와 메텔을 탄생시킨 배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후로 소년은 도쿄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함께 우주로 가는 꿈을 꾸던 남동생을 모델로 삼아 ‘우주소년 야마토’를 탄생시켰고, 그 후로 우주에 대한 환상은 ‘은하철도 999’로 좀 더 구체화 되었다.

작가의 나이는 올해 80세로 노쇠했지만, 그가 서른 무렵 나이 때 꿈꾸던 미래의 상상들은 지금 시대와 비교해 봐도 어색함이 없다. 방사능에 오염된 행성을 구출하기 위한 메텔과 철이의 에피소드가 현재의 일본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소위 ‘있는 자’ 들만 가질 수 있는 기계몸과 그들이 하층민의 인간을 홀대하는 태도에서 자본주의의 속성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심오한 메시지 외에도 어릴 적 “뭐가 되고 싶니?” 라는 어른들의 질문에 가감 없이 “과학자요!”를 외쳐댔던 어린 시절의 환상까지 말이다. 그만큼 <은하철도 999>가 유년시절의 우리에게 상상을 주었던 것처럼, 철이와 메텔은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상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국내에서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원화가 한국에 소개 된 것이 처음이다. 중장년층의 유년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은하철도999’의 장면들과 작가의 스토리 원고 공개 등을 통해 현 세대가 그 시절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기회임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원작으로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하니 놓칠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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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의미 있던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작가의 직필원고가 100여점 가까이 공개 되었다는 것이다. 직필원고는 작가의 작품 과정과 스타일을 자세하게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직접 봐야 그 생동감을 느낄 수가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작가가 공개하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무엇보다 미래의 만화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만화가가가 될 수 있는지, 어떻게 만화를 그리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다는 점이다. 직필원고 외에도 실제 메텔의 모델이 된 여인, 아톰의 작가 데츠가 오사무와 특별한 인연을 기록한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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