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

참신한 건축적 상상의 향연

참신한 건축적 상상의 향연

 

젊은 건축가의 상상을 현실로 실현시켜주는 프로그램!
이러한 프로젝트가 과거부터 쭈~욱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예전부터 건축가들의 참신한 창의력과 실험정신에 놀라워하며 감탄하기 까지 했었는데, 이러한 프로젝트의 지원과 젊고 참신한 아이디어 발굴에 대한 의지가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꾸준한 발전이 이루어졌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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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지난 1998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섹션이 펼쳐진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1998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시작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이 산티아고, 로마, 이스탄불에 이어 2014년 아시아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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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현대카드의 15번째 컬처 프로젝트로 진행되었고 후보작 5팀 중 최종 심사를 거처 선정된 문지방의 ‘신선놀음’이 최종 건축가 팀으로 선정되었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최종팀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건축적인 아이디어를 가시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스케치, 도면, 스터디 모델을 통해 프리젠테이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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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에는 후보작들과 역대 우승작들의 과정 및 결과물에 대한 이미지와 영상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들의 작품을 관람하면서 건축가들 역시 지속적으로 창의적인 생각과 틀을 깨려는 시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사람이 머무는 공간을 만드는 이들이 인간의 생태적인 측면과 동선, 활동 범위를 면밀히 분석한 자료들을 토대로 의미를 만들어 내는 과정들이 참신한 자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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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비어있는 공간에 재활용되거나 버려지는 재료들을 통해 만들어 내는 형상들이 딱딱한 박스 형태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자연을 닮은 유기적인 형태로 변해간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기억에 남았던 후보작 중 이용주의 ‘하이드롤로직 하우스’는 자연현상의 흐름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파빌리온이었는데 그의 디자인은 구조물에 강수량 센서를 인터렉티브 안개 발생기에 연결하여 물을 모으고 저장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안개에 의해 모여지는 수분이 마치 중력에 의해 흘러내리는 깔데기 모양으로 생긴 지붕을 타고 흘려 아래의 물 저장고에 모이게 된다. 이렇듯 깔데기를 타고 흘러 모여진 빗물은 사람들이 목욕을 하거나 식수로도 재활용 가능할 것 같았다.

 

 

미술관 이전의 기억…기무사령부

 

최종 우승작을 찾아 옛 기무사 건물의 미로 같은 공간을 빠져나오기까지 무척이나 헤맸다. 미술관 건물의 여러 갈래 통로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빠져나와 또 다시 헤매어도 신선놀음이 설치된 곳을 찾을 수 없어. 단순하게 건물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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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건물 외부에서 보면 찾고자하는 목적지의 위치를 금방 찾을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개미집과 같이 통로를 따라가면 공간이 나오고 또 다시 통로를 따르면 공간이 나오는 미로와 같은 구조이어서 쉽게 목적지에 도달하기가 어려웠다. 이와같은 구조는 막상 미술관 내부에서 목적지를 찾아 해매일때에는 몰랐다. 그런데 현제의 국립현대미술관은 일제시대의 근대 건축물로 지어졌으며, 기무사의 옛 본관 건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기무사라는 곳은 예전에는 군사적인 시설이어서 권위적이고 일반인들에게 쉽게 공개 되지 않았던 곳이었다. 더불어 기무사에서는 간첩이나 정치적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취조하기 위해 잡아들인 사람들이 건물 내부에서 외부로 쉽게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공간을 미로와 같이 설계하였다고 한다. 이런 숨어있는 정보를 알고 나니 옛 기억의 흔적을 품은 기무사라는 공간이 섬뜩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양성 공간으로써 적격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종 우승작 문지방의 ‘신선놀음’

 

“문지방”은 이번 젊은 건축가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최종적으로 우승하게 된 팀이다. 팀원은 박천강, 권경민, 최장원 세명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팀이다. 이름만으로도 전통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지는 ‘문지방’은 파빌리온(임시 건축물)을 신선놀음이라는 컨셉으로 접근하였다. 신선놀음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파빌리온이 설치되어있는 미술관 건너편에는 인왕산이 경복궁 뒤편으로 장황하게 펼쳐져있었다. 마치 겸제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현실에 옮겨다 놓은 것과 같은 구성이었다. 그 때문인지 이들은 한국의 고유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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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방 팀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필수 요소로 구성되어야하는 그늘, 쉼터, 물을 소재로 사용하여 아이디어에 접근하였으며 높은 산봉우리와 구름 위에서 유유자적하는 신선의 삶, 한국인의 마음속에 담긴 전통적인 판타지의 세계를 이미지화하였다고 한다. 작품의 구성은 구름 형상의 풍선에 공기를 가득 주입하여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 공간에 배치하였고, 파빌리온을 거니는 관람객들에게 물안개를 분사하여 마치 흔들리는 구름 속 몽유도원을 걷는 듯 한 느낌을 전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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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신선놀음 작품 속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에 구름 숲 사이사이에서 미스트가 뿜어져 나와 둥실둥실 구름 위를 걸어 다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구름 풍선 뒤편으로는 조선시대 건물인 ‘종친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장소적인 선택이 탁월하였다.

반면 한여름의 뜨거운 햇빛은 몽환적인 세계에서 빨리 빠져나오라고 재촉하는 것 같이 무더웠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구름 아래에서 신선놀음을 해보았다. 아래에는 아이들이 구름 너머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트렘블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앉아서 쉬어갈 수 있도록 평상이 설치되어 있었다. 다만 시원한 미스트와 주변의 꽃들이 인위적이기는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인위적인 느낌을 그대로 드러내었기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몽환적인 전시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5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4.7.8(화)~2014.10,5(일)
미술관 마당 관람 무료 /
제 7 전시관 관람 성인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