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 디자인

최근 TV광고 중에 소나타의 “본질로부터”편을 유심히 본 기억이 있다. 멋있는 외관디자인과 최첨단의 편의시설을 내세우기보다는 [RUN, TURN, STOP, PROTECT]를 키워드로 자동차의 본질을 내세워 기본에 충실한 자동차를 어필하는 광고였다. 그렇다면 디자인의 본질은 무엇인가? 디자인이라는 특성상 하루 종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눠도 답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공감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즉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컨텐츠와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디자인업계에서도 최근 다양한 변화들이 눈에 띈다. 아무리 멋있는 제품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 사용자경험이 없는 제품은 가치가 없다는 것,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선진국에 사는 10%만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에 일침을 가한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이나 “적정기술”이 화두가 되고 있다. 또한 모든 이해관계자들 특히 직접 그 서비스나 컨텐츠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초첨을 맞춘 서비스디자인이라는 분야가 디자인 방법론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종사하고 있는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은 어떠할까? 또한 그 본질은 무엇인가? 많은 키워드가 등장하겠지만 나는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커뮤니티디자인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다. 즉 물리적인 공간과 제품 생산이 주된 디자인업무이다.

하지만 놀이터에는 점점 아이들이 보이지 않고, 개장 초기에만 떠들썩하던 공원은 점점 낙후되고 있으며, 아파트 단지 내의 조경은 점점 멋있어지지만 정작 내 옆집 사람은 모르는 상황을 포착할 수 있다.

어릴 때 농촌에서 자란 나는 동네의 어른들이 지나가면 모두에게 인사를 했고,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 취직을 위해 올라오고 난 후에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심지어 벽 하나를 두고 사는 사람들인데도 관심이 없을 정도이다. 대부분 연고지가 다른 서울은 무연고 사회인 것이다.

일본의 “Studio-L”이라는 회사의 활동은 우리에게 많은 본질을 일깨워 주고 있다. 야마자키 료 대표는 처음엔 조경설계사무소에서 일했었다. 하지만 컨텐츠의 힘을 알고 나서부터 커뮤니티디자인회사를 차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1. 아리마 후지 공원

공원에서의 다양한 프로그램 전개

효고현 산다시에 있는 비교적 큰 공원으로, 시민활동을 공원의 관리 및 운영으로 링크시키는 파크경영을 전개하고 있다. NPO 등의 시민활동단체(30단체 이상)가 공원 운영에 참여하고 연중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계단식 프로그램, 생물 관찰 프로그램, 사토야마 탐험 프로그램 등 공원 곳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최된다. 또한 피아노 연주회나 천체 관측 및 연 날리기 등 기존 공원의 프로그램과는 다른 유형의 프로그램도 개최되고 있다. 공원 전체의 운영방침은 지역주민, 공원 관리자, 전문가로 구성된 “아리마 후지공원 운영·계획 협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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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트’가 ‘손님’을 대접하는 공원

‘캐스트’는 쉽게 말해 디즈니랜드에서 미키마우스 탈을 쓰고 이용객들과 소통하는 사람이라 할수 있다. 이러한 캐스트의 역할을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단체가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아리마 후지공원은 일본 최초의 시민참가에 의한 공원관리를 실천하는 공원으로 개원 후 입장객 수가 증가하고 있는 공원으로 유명하다. 공원이 개장한 2001년에는 약 41만 명이던 방문객이 2009년에는 약 73만 명이 방문하고 있고, 시민단체(캐스트)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수는 연간 약 100건에서 730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 단체와 프로그램은 본 공원의 “코디네이터”에 의해 일정 및 실시장소 등이 조정된다. 이 코디네이터의 존재도 아리마 후지 공원관리에 빼놓을 수없는 존재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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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마정 종합진흥계획

1명이 할 수 있는 일, 1000명이 할 수 있는 일.

일반 종합진흥계획은 행정시책 등을 나열하고 있는 어려운 책자밖에 없다. 그래서 아마 정에서는 주민이 주체적으로 마을 만들기에 관여하기 위해 “4차 아마정 종합진흥계획(별책), 아마정을 만드는 24의 제안” 이라는 그림책 같은 책자를 제작하여 생활자의 시점에서 과제를 추출한 「마을 만들기 구체안」이 게재되어 있다. 각 구체안은 혼자 당장 할 수 있는 일에서부터 10명, 100명, 1000명의 힘을 합쳐 할 수 있는 일들을 보여준다. 새로운 제안 모집을 위한 제안시트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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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있는 계획 수립을 위한 디자인

모든 계획은 주민 참여에 의해 개발되다. 공모를 통해 모인 15세부터 70세로 구성된 60여명은 아마 정 특유의 마을 만들기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 · 「생활」 · 「산업」 · 「환경」의 4개의 팀으로 나뉘어 총 60회에 걸친 워크샵 및 스터디 그룹, 합숙 등을 개최하고 결국 ‘주민에 의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계획 만들기에 참여하지 않은 주민이 언제든지 계획에 관계되는 구조도 마련되어있다. 현재는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한 주민 팀의 활동 지원과 활동을 지원하는 행정측의 구조 만들기 등이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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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지역의 커뮤니티를 육성하는 일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일은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라고 한다. 지역 내의 공원과 정원을 만드는 일들을 꾸준히 벌이고 있지만 그들의 중심엔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있는 것이다.

디자인 프로세스도 [듣기-워크샵 참여-팀구성-서포트]로 철저하게 듣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디자인은 단순히 무언가를 아름답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최근 서비스디자인이 주목받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하는 “서비스 디자인”

올해 6월, 스페이스톡 자기개발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서비스디자인워크샵에 참여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개최하는 워크샵으로 국내에서 사전 리서치를 한 후 영국에서 약 보름간 진행되었다.

다양한 서비스 접점을 통한 새롭고 향상된 경험 제공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 디자인은 그 방법론이 매우 매력적이다. 리서치와 연구가 중심이 되며, [사용자 중심, 공동창작, 서비스 프로세스, 소통]등을 키워드로 들 수 있다. 디자이너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사용자가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Old Street roundabout

영국 런던에 위치한 올드 스트리트에 있는 한 로타리가 과제로 선정되었다. 가장 먼저 전문가와 시민 인터뷰를 진행한 후 현장답사를 떠났다. 디자인 프로세스 중 “발견”단계에서 주목한 점은 자전거유저와 차를 이용하는 사람, 걷는 이들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는 점, 로타리 가운데 넓은 공간이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로타리를 기점으로 하여 지역 분위기와 문화가 다르다는 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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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조로 나뉜 각각의 팀들은 자전거유저, 지나가는 행인, 자동차유저로 주제를 나눠 좀 더 집중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갔다. 수많은 토의를 진행해 나가며 디자인원칙을 세우고 방향과 초점을 정리하는 “정의”단계에서는 앞선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들을 분류하고 시각화하여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모두가 공감하는 디자인원칙과 아이디어들이 탄생하게 된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언가를 그리는 것이 아닌 소통의 통로가 되어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물론 디자이너의 역량을 발휘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그래프와 도표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분류하는 작업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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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과 정의의 연구과정이 끝난 후에는 곧바로 해결책을 찾기 위한 프로세스로 넘어간다. 발전과 납품의 단계에서는 계속 테스트를 하고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많이 실패할수록 좋은 결과물을 얻게 된다는 믿음 아래 각종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갔다. 특히 다양한 프로토타입연구를 통해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가 생기고,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보완 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는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했다. 프로토타입을 통해 각자 입장이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조금씩 양보하게 되고 모두가 만족할만한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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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소통]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똑똑한 개인이라도 모두가 함께 고민하는 것이 훨씬 뛰어나다는 말이다. 우리는 공원을 만들고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멋있는 공원과 제품이라도 지속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밤새 고민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일을 하지만 결국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멈추자 사람이 보였다.” 라는 야마자키료 Studio-L대표님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자료출처: http://www.studio-l.org/

커뮤니티 디자인_안그라픽스

서비스 디자인 교과서_안그라픽스

공공정책, 책상에서 현장으로_산업통산지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