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

낡은 공장단지에서 문화예술단지로 ‘레드타운(홍방, hongfang)’

국제화와 현대화가 이루어진 중국의 대표도시 상하이, 이 곳에 처음 가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빌딩들과 와이탄의 화려한 야경에 놀라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백화점도 왜 이리 크고 어찌나 많은지….넓은 땅덩어리에 큼직하게 서 있는 건물들을 보면서 그 규모에 놀라곤 한다. 겉의 화려함과 규모에 감탄하면서도 아직 그 속이 들여다 보이지 않아 마음을 주고 있지 못할 때 티엔즈팡(田子坊)과 레드타운(홍방)을 둘러보며 규모와 화려함에 긴장되어 있던 마음이 조금씩 열려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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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즈팡은 한국의 인사동 같은 골목인데 오래된 공장, 주택을 폐기하지 않고 국내외 많은 예술가,화가,디자이너들이 입주하여 창의적 예술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재미있고 흥미넘치는 공간이다. 창의적이고 독특한 소품샾과 카페, 음식점들이 좁은 골목 구석구석 들어앉아 이야기 꽃을 피워내고 있다. 골목 여기저기를 다니면 어느새 기분 좋은 호기심과 예술적 만족감에 한껏 상기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골목에 서서 뉴욕피자를 먹는 맛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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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즈팡 골목 사진>

오늘은 레드타운(홍방) 이야기를 하고 싶다. 두 번째 상하이 방문 중에 만난 예술단지다.

홍방(紅坊)에 들어서면 묘한 느낌이 든다. 잔디밭과 그 위에 자리잡고 있는 조각품들과 공장의 철골 구조와 붉은 벽돌이 그대로 유지된 갤러리들이 묘한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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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방(紅坊)은 원래 철강공장이었던 부지와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2007년 개관한 예술단지로 M50(모간산루)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일부 예술가들이 옮겨와 형성됐다고 한다. M50이 주로 페인팅, 미디어아트 작품 위주라면 이곳은 조각, 설치작품이 주류를 이루는 복합문화 예술공간이다. 그래서 홍방(紅坊)은 Shanghai Sculpture Space라는 영문명칭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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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가면 잔디밭 위로 미술작품들과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사방 어느곳으로 눈을 돌려도 미술품과 마주하게 된다. 어쩜 그 공간에서 나는 관람객이기 보다는 하나의 작품으로 여겨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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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위 눈에 띄는 조형물이 있다. 홍방의 유명한 조형물로 각국의 국기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한국 국기는 없어서 좀 아쉬운 마음은 들었지만 성큼성큼 걷는 다리에 국기를 형상화 함으로 국제도시로서의 역동성이 잘 표현된 것 같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참고로 길을 걷다 만나는 작품에는 상세한 설명이 없다. 그저 작품의 이름과 작가명만 있을 뿐이다. 아마도 작품에 대한 해석을 보는 이들의 상상에 맡겨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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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있는 벽돌로 만든 벤츠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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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도 중국인들의 덩샤오핑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인물 중 한사람인 덩샤오핑 동상이 있다. 사람들을 향해 무언가 이야기하는 모습, 그의 삶과 이야기를 늘 듣고 잊지 않으려는 중국인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동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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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 있는 여인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생쥐 꼬리를 잡고 일어나 보려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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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 지나면서 같이 앉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자전거 타는 삐에로들이 있다. 삐에로들의 표정이 우리 사람 사는 세상의 온갖 심정들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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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야외에는 사실적인것, 추상적인것 등 의미있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개성 넘치는 조형물들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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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타운에는 건축사무소와 갤러리, 디자인 사무소들이 자리잡고 있다. 메이크업아카데미와 비달사순아카데미도 있고… 비달사순아카데미의 벽의 동그란 것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계속 변하기도 한다. 건물의 벽, 거리 여기저기 시각적인 것들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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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타운에 있는 갤러리들은 1달을 주기로 매달 전시되는 내용들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조각갤러리를 들여다보자. 즐거움이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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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굴레에 정해진 방향대로 굴러가는 톱니바퀴속에 갇히고 메인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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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터를 그대로 유지하고 구석구석 놓여 있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멋스럽게 꾸며진 공간에서 보는 조형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정말 살아있는 작품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아주 리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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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방(紅坊)은 북경798예술거리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규모는 798예술거리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을 알리는 새로운 무대이며, 여유롭게 자연속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기 즐거운 공간이 되고 있다. 여기저기 작품들을 감상하며 거닌 후 카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기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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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 있으면 가끔 예상치 못한 공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높이 올라가는 빌딩들 사이사이 채워지고 있는 문화와 예술공간들을 통해 중국의 문화정책에 대한 열심을 보게 된다. 상하이 여행중 화려한 와이탄의 야경도 일품이지만 문화를 주제로 곳곳을 찾아보는 것을 제안해보고 싶다. 인민광장에 있는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 현대미술관과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문화예술단지들이 많다.

홍방(紅坊)은 매주 월요일 휴무다. 오전 10시~ 오후10시까지 오픈하고, 갤러리들은 그 보다 빠른 오후 5시경 문을 닫는다. 갤러리 구석구석을 돌아보려면 시간을 충분히 갖고 찾아보는 것이 좋다. 대부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지만 민생미술관을 돈을 내고 관람하는 유료미술관이다. 성인은 20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