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

뉴욕 하이라인 공원 vs 독일 뒤스부르그-노드 공원

쓰임을 다한 물건, 건축물, 공간은 대략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나면 그 쓸모없음에 버려지게 마련입니다. 아예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버려지지 않고 새로운 생명을 얻어 세계적인 명소가 된 공원들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사례인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와 독일 뒤스부르그 노드 파크를 이야기 할까합니다.

1) History

하이라인 파크

1930년대 미국 전체가 경제 성장을 시작하면서 늘어난 물류수송을 위해 맨하탄의 공장을 가로지르는 곳에 지상으로부터 약 10m에 이르는 높이에 만들어진 철로, 그것이 바로 하이라인(high line)이었습니다. 이 후 트럭에 의한 수송이 증가함에 따라 하이라인의 가치가 급락하여 1980년대 이후로는 기차가 달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버려진 철로를 없애고 다시 개발하자는 세력과 보존론자들의 날센 대립 끝에 보존론자들이 승소함에 따라 하이라인 파크 계획이 시작되었고 10년의 기나긴 계획과 3년의 공사를 거쳐 2009년 6월 공식 오픈을 하게 됩니다.

독일 뒤스부르그 노드 공원

독일의 뒤스부르그 노드 공원은 메이데리히의 제철소를 해체하지 않고 새로운 용도를 찾아 만든 포스트-인더스트리얼 파크(Post-Industrial Park)의 새로운 장을 연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세시대 석탄 채굴과 철 생산의 시작점이 된 루르 계곡, 20세기에 들어 루르 지역의 공장은 독일의 경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1950년대부터 자본주의 경제 구조의 변화에 따라 이른바 굴뚝 산업이 문을 닫는 가운데, 루르 지역의 공장들도 폐쇄되기 시작했고 이후 경제적, 사회적으로 약화된 이 지역의 미래를 개선하기 위해 1989년부터 1999까지 진행된 IBA Emsher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뒤스부르그-노드 파크가 조성됩니다. 80년대말부터 시작된 티센 프로젝트는 10년을 넘겨 2000년에야 완성됐고, 이제 이곳은 세계 최고수준의 생태공원으로 바뀌었습니다.

2)장소의 역사성이 이어지게 된 시작점_시민들의 요구

이 두 공원의 역사가 사라지지 않고 보존 된 공통된 이유는 시민들의 노력과 요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이라인 파크는 버려진 고가철로에 시간이 지나면서 자생적으로 꽃과 풀, 나무가 자라는 것을 목격한 지역사회 위원회의 로버트 하워드와 조쉬 데이비드의 새로운 생태공원으로서의 안목과 비젼을 모아 낸 뉴욕시민들이 이루어낸 결과물이라면 노드공원은 뒤스부르그 주민들의 철소 보존을 요청으로 시작하여 기존 공업지역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IBA건축 박람회와 그간의 급격한 공업화의 결과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범 혁신 재개발 Emsher park1)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엠서파크의 5개의 테마
①엠셔 강 수계의 생태적인 재생: 30년 넘게 오염되어 온 350km에 달하는 수로의 완전한 재건 및 복원
②파크내의 운영: 오래된 공업용지에 22개에 달하는 과학 및 기술센터의 연쇄적인 창출
③고도의 생태적, 미적 기준에 입각하여 6000개에 달하는 건물의 개축 또는 건설
④이전의 광산, 제강소 또는 공장을 해체하지 않고 그들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것
⑤엠셔토지공원의 창출 및 주요 도심을 서로 분리 하기 위한 7개의 연속적인 그린화랑지대 창출

 

3)디자인 경향

하이라인 파크의 설계자 제임스 코너는 구 철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이 공원의 조형적 특징은 기존 철로를 그대로 이용했기 때문에 길고 좁은 공원의 형태와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철길의 장소특성 때문에 도시의 모습을 새로운 눈높이와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특성을 최대한 살린 디자인과 그 공간을 다시 해석하고 만들어 내는데 공간과 시설물의 통합을 모던하고 세련되게 표현해서 뉴욕을 더 뉴욕다운 공간으로 만들어 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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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km 길이와 도심을 가로지르는 공원의 모습                기존의 선로를 남긴 바닥 / 뉴욕의 거리를 볼 수 있는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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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시설물의 통합 디자인, 철로에 휴식과 생태라는 새로운 기능을 더한 공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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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인 파크를 복원하면서 원래의 상태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기 위해 기존 식물을 온전히 유지한 채 작업을 진행
노드 공원은 기존 공장에 디자인의 최소 개입을 원칙으로 하되 그 공원의 용도에 대해서는 획했습니다. 예전에는 노동의 공간이었다면 이젠 유희의 공간으로 말이죠.
기존 철강 공장을 그대로 보존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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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공간의 시설을 이용한 암벽등반코스와 기존 용광로의 스킨 스쿠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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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시설을 이용한 슬라이드와 MTB 대회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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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였던 공토의 생태 공원화                                                          매일 밤 공원의 낡은 공업구조물을 슬로모션으로 비추어주는 라이트 쇼
기존 공장을 리모델링 하지 않고 기존 시설을 이용한 새로운 탈바꿈은 오히려 우리에게 운치와 특색 있는 공원으로 다가옵니다. 이곳은 경제를 몰락의 위기에서 구해냈고, 국제적으로는 ‘지속가능한 건축(sustainable architecture)’이란 새로운 개념의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이라인공원과 노드공원의 디자인 경향을 분석해보면 유사하지만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기존 시설물을 보존하면서 새로움을 더했다는 것은 공통점이지만 하이라인은 노드 공원에 비해 디자이너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새로운 형태를 이끌어 내어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되었다면 노드공원은 디자이너의 최소 개입과 기존 시설물의 용도 변경으로 낙후된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했다는 것입니다.

4)공간의 재생만큼이나 반가운 것은 삶의 재생이다.

이 두 공원의 주요 시사점이 수명이 다한 공간의 새로운 인프라 방식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그 공간이 쓸모없다고 해서 그 공간 속에서 일하며 같이 살아 왔던 도시민들, 노동자들의 삶까지 지워지고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훌륭한 문화유산이 보존되고 유지되듯 산업사회의 유산을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 두 공원은 그 점을 잘 보여 주는 산업도시의 역사성을 담은 새로운 경관을 창출해냈습니다.
 이 두 공원 모두 기존 시설물이 철거 되지 않기를 바랐던 시민들의 자발적인 요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은 자신들의 전통이 사라져가고 자신들의 공통된 기억을 지워야 하는 고통에서 벗어나 내 후대에게 자랑스럽게 내 삶의 모습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게 되기를 원한 것입니다.
실제로 노드 공원은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현재는 공원 관리자로, 안내원으로 일한다니 공간의 재생뿐만 아니라 그들 삶의 재생에도 큰 변화를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뉴욕 고가철로의 화물선을 운전하던 기사가 손주, 손녀와 함께 하이라인 파크를 함께 찾았을 때의 느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