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

스페이스톡이 생각하는 통합놀이터

# Prologue

새해 01월 오픈한 서울어린이공원 소재의 통합놀이터는 대웅제약의 도움으로 다양한 협력기관과 어린이, 학부모들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스페이스톡은 2015년 07월부터 놀이시설물 디자인을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미 구성된 연구진들은 통합놀이터의 개념정립을 위한 해외답사와 교육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따라서 본 웹진의 내용은 스페이스톡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시점에서부터의 여정과 시사점임을 밝힌다.

# 통합놀이터를 소개합니다.

1. 놀이시설물

통합놀이터의 놀이시설물은 연령, 장애, 성별의 구분 없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시설물이다. 그렇기에 사용자 중심의 배려와 접근성, 다양성, 보편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의견들이 최대한 반영되었다. 또한 제품 간의 통일성과 정체성을 위한 통일된 디자인언어와 색상을 적용하였다.

실제 현장에서 시설물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 시설물과 매우 다르다는 점을 단번에 알 수 있는데, 그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다르다는 것은 특별함보다는 사용자를 위한 세심함이다.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 보호자 모두가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배려가 돋보인다.

놀이시설물 소개-01.jpg

2. History

2015년 07월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스페이스톡은 현장방문을 통해 사이트를 분석하고 “통합”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공하는 과정까지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키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많은 과정을 거쳤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도 서로 영향을 주며 배워나가는 성장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프로세스 수정 최종-01.jpg

# 스페이스톡이 생각하는 통합놀이터

1. 놀이라는 행위는 결국…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통합의 개념은 “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함께 어울려 노는 완전한 참여와 평등”이라고 설정되어 있었다.(경기대 커뮤니티디자인연구실) 연구진 회의에 참석하여 많은 의견을 공유하며 드는 생각은 “중심잡기”였다. 상대적으로 약자에 속한 장애 아동들에게 너무 초점을 맞추어 토론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장애 아동을 위한”이 아닌 “통합”이라는 개념의 놀이터이다.

우선 우리가 생각하는 통합과 놀이의 개념을 설정하고자 가상의 타임라인을 설정하고 4명의 인물을 만들어 그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놀이와 바램들을 포스트잇에 써 붙여 내려가는 방식으로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다.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그룹핑하고 의견을 덧붙이고 또 다시 그룹핑해 나가며 핵심 키워드를 도출해 나가던 중, 한 디자이너가 [나]라는 키워드를 커다란 포스트잇에 붙이곤 외쳤다.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성장하는 건데 통합놀이터라는 것만 다른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놀이터의 핵심은 놀이이며 재미있는 놀이가 없다면 장애아동이나 비장애아동이나 찾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놀이란 이를 통해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고, 다른 아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사회성을 배워가는 것이다. 그것은 장애와는 무관한 것이며 통합놀이터는 일반적 놀이터에 비해 접근성이 용이하고 장애 아동들도 함께 놀 수 있는 곳이라는 “공유”의 개념이 덧붙었을 뿐이다.

brainstorming-01.jpg

2. Design for all (모두를 위한 놀이터 디자인)

사실 아이들은 놀이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놀이를 원한다. 뒷산, 골목, 집 모두가 아이들에겐 놀이터가 될 수 있지만 어른들의 생각으로 놀이공간을 구획하고 놀이터라 칭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리고 효율성 추구로 인해 놀이터는 점점 획일화 되고 있다. 장애아동들에겐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접근성이라는 개념이 엄청나게 중요한 이 아이들에겐 어른들이 마음껏 놀아라 하고 만든 공간에 도무지 갈수가 없다.

통합놀이터를 진행함에 있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유니버셜디자인이다. 과거 한때 장애인들을 위한 디자인으로 오해받았던 이 개념은 장애의 유무나 연령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으로 “모두를 위한 설계”(Design for All)라고도 한다. (위키백과)

사실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대단히 어려운 것이므로,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놀이터 만들기” 라는 목표를 세우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기에 모든 사람들은 장애아동, 비 장애아동, 보호자뿐만 아니라 시설을 관리하는 공원관계자, 사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자사, 자금을 후원하는 모든 사람들을 포함한다.

# 관점과 입장이라는 렌즈

사람들은 [각자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눈”이 아니라 “각자”이다. [각자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자신의 철학, 입장, 상황, 성향에 따라 같은 것을 다르게 바라본다는 것을 뜻한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성적이며 각자의 입장과 역할이 다를 뿐이다.

1. 장애인 관련 법 VS 놀이시설물 안전인증 법

디자인이 확정되고 제작을 위한 설계를 진행함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서로 다른 개념들의 접점을 찾는 것이었다. 특히 접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 반드시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 한다면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보통 이러한 경우, 결정권이 실무자에게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휠체어를 타고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경사가 낮은 긴 램프, 휠체어를 접어서 쉽게 내려갈 수 있도록 만든 계단 경사로, 보호자와 함께 탈수 있는 폭이 넓은 미끄럼틀, 손쉽게 할 수 있는 다양한 퍼즐. 친구와 속삭일 수 있는 소리관, 모험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높은 레벨의 경사 놀이, 함께 레이스를 하며 달릴 수 있는 탄성고무 바닥 패턴, 턱이 없는 회전무대, 여러 명이 탈수 있는 바구니 그네 등 수많은 아이디어가 탄생하였으며 놀이시설물 디자인에 접목했다.

연구진들의 피드백, 장애아동들의 학부모님들과 어린이 참여단과의 워크숍을 통해 얻은 귀중한 의견들을 최대한 수렴하여 디자인에 반영해 나갔다. 특히나 조경사무소 울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수차례 디자인 수정을 거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이터 설치가 시작되고 점점 그 모습이 완성되어 갈수록 많은 의견충돌이 발생했다. 맹점은 놀이시설물 안전인증 관련 법률과 장애인을 위한 배려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인데, 장애인을 위한 놀이터안전 법률이 없기 때문에 검사기관에서는 기존의 놀이터와 같은 잣대로 인증검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놀이대를 설계·설치하고 안전인증 검사를 받아 합격해야만 하는 입장인 자사와 조경시공사는 놀이터안전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추가 공사건에 대한 비용은 고스란히 시공사가 지게 된다. 물론 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장애아동들이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놀이시설물을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요구했던 내용들이다.

계단-01.jpg

 

2. 개념화 VS 현실화

개념적인 것을 시각화하여 보여준다는 것은 디자이너의 숙명이자 역할이다. 사실 조경설계에 있어 개념적인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다. 실제 사용자와의 접점은 공간에 대한 안내판과 시설물, 포장으로 분리된 공간, 다양한 식재들이 고작일 경우가 많다. 이는 놀이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브레인스토밍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와 개념들이 탄생했으나 실제 현장에 반영되지 못해 빛을 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대부분의 일은 예산과 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결국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 오게 된다. (사실 비용과 시간만 충분하다면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모형-01.jpg

그러한 측면에서 함께 작업하셨던 조경설계 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함과 동시에 아쉬운 점이 많은 프로젝트였다. 위의 사진과 같이 공간 기획은 현재의 모습보다 훨씬 풍성한 모습이었다. 가운데 놀이 공간을 포함하여 방문객들을 위한 피크닉 테이블, 창의적 놀이를 위한 그림자 조형물, 놀이와 휴식이 가능한 특화 파고라 등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이해관계자 간의 협의를 통해 기획되었던 아이템이었기에 실현되지 못해 무척 아쉽다. 현실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한정된 비용이다.

모든 것을 시공할 수 없었고, 현장 특성상 [놀이]가 가장 중요한 개념이었기에 가운데 놀이공간을 선택하고 집중했을 뿐이다.

# Inspiration _영감

“어떻게 아이들에게 좋은 영감을 줄 수 있을까?” 최근 필자가 놀이터 디자인을 하면서 하는 고민이다. 예전에는 멋있고 놀이 기능이 많은 놀이터를 만들고자 했다. 또한 발주처의 요청대로 기계적으로 디자인을 생산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감]이다. 미술관에 가서 멋있고 유명한 그림을 보는 것보다 놀이라는 것은 훨씬 중요하다.

어릴 적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그 순간 무언가를 느낀 것이다. 파란 하늘, 솔솔 부는 바람, 친구와 나누던 대화, 몸은 비록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 순간이 좋았다.

사실 통합 놀이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가장 중요시했던 것 또한 영감이다. 접근성, 다양성, 보편성은 놀이터 디자인에서 오랫동안 고민해야 할 문제이지 본질은 아니다. 놀이를 통해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은 죽은 놀이가 분명하다. 밖을 자주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함께 하고 있다는 동질성과 특별한 하늘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든, 그냥 멋있는 하늘이라고 지나가든 하늘은 늘 그곳에 있으니까.

영감 02-01.jpg

전경1111-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