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

RHS Chelsea flower show

홈 가드닝, 홈스케이프, 스테이케이션..
요즘의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키워드들이다.
바쁜 일상 속 소소하게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을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도심 속에서 찾고 있다.

그러면서 생활공간을 잠을 자거나 혹은 지위를 상징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을 위한 완전한 치유의 공간으로 스스로 디자인하고 가꿔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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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라이프 트렌드>

조경에서도 그러한 흐름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높고 넓은 초고층, 초호화 아파트가 트렌드였던 예전과 달리 건폐율이 낮은 핏사이징(Fit sizing), 테라스하우스, 킨포크 아파트가 핫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으며 소위 ‘그린 프리미엄’이 붙은 대상지의 아파트 분양률이 현저히 높다는 기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서 공용면적은 상대적으로 더욱 넓어지고 있다.
건폐율을 낮춰 조경 면적을 늘리는가 하면, 법정 면적보다 더 넓은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고 있으며 게스트하우스, 가든팜, 캠핑장, 수영장, 국공립 어린이집등 아파트 단지 안에서 보기 어려웠던 커뮤니티 시설들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조경특화 공간은 관상용 식재들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가꿔나갈 수 있는 형태로 확대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드닝이다.
많은 건설사들이 ‘OOO가든’이라는 주제로 단지 내 조경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가든팜에서 부터 작가나 가드너와 같은 전문가들이 디자인한 정원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스페이스톡에서도 정원과 관련하여 다양한 스터디와 시도들을 하고 있으며 좀 더 폭 넓은 안목을 갖기 위해 영국의 첼시 플라워 쇼를 다녀오게 되었다.
영국식 정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국은 조경과 정원이 생활화가 되어 있는 나라이다.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가진 영국의 첼시 플라워 쇼에서 보았던 이야기들을 같은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는 많은 분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2016 RHS Chelsea flower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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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엘리자베스 여왕의 옆모습을 형상화한 작품과 박람회 전경>

영국 왕립 원예협회가 주관하여 1827년을 시작으로 190여년의 전통을 이어온 첼시 플라워쇼는 올해 ‘정원에서 찾는 건강과 행복’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17개의 쇼가든에서부터 다양한 품종의 식물, 정원용 소품, 가구, 온실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실내,외에 전시되었다.

이번 박람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며 본 것은 정원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쇼가든 부문이었다.
17개의 쇼가든에 6개의 골드메달과 8개의 실버길트, 3개의 실버메달을 수여했으며, 한국의 황혜정 작가가 스마트 가든이라는 주제로 실버길트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에 수상한 쇼가든을 보면서 들었던 전체적인 느낌은 작가마다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상상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식물이나 공간, 지형뿐 아니라 강력한 오브제를 사용하여 컨셉을 더욱 적극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듯 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오브제를 사용한 작품의 경우 그렇지 않은 작품보다 공간의 스토리나 컨셉을 더욱 명확하고 풍부하게 보이게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최고의 메달을 수상한 “The Telegraph Garden“이 가장 대표적이다.
쥬라기 정원에서 모티브를 얻어 표현한 이 작품은 스토리의 배경을 다양한 방법으로 묘사하면서 공간을 구성했다. 산악지형을 비정형의 형태로 표현한 오브제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느끼게 하며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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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The Telegraph Garden>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작품은 실버길트를 수상한 “The Winton Beauty of Mathematics Garden“이다.
정원 속 모든 식물의 성장을 수학 공식에 대입하였다.
정원 안에 자라나는 식물들의 성장 알고리즘과 같은 수식들을 공간 안에 표현하였다.
공간 안에서 날렵하게 그어지는 곡선의 면에 정원과는 연관되어 생각할 수 없었던 숫자와 기호, 수식들이 보이면서 이색적이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주변을 둘러싼 식물들도 저채도의 퍼플계열로 구성하여 묵직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림.4.jpg <그림.4/ The Winton Beauty of Mathematics Garden>

“The Morgan Stanley Garden for Great Ormond Street Hospital”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와 가족을 위한 개인적이면서 사색적인 정원을 제공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우거진 식물들 사이로 중앙을 가로지는 수공간과 그 끝에 햇살을 받는 아이의 모습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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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The Morgan Stanley Garden for Great Ormond Street Hospital>

그밖에 많은 작품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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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6/ The LG Smart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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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7/ The Watahan East & West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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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8/Husqvarna presents Support, The Husqvarna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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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9/ The Brewin Dolphin Garden -Forever Freefo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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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0/ The Chelsea Barracks Garden>

또 다른 볼거리로는 다양한 아이디어 높은 품질의 정원 가구들과 소품들이었다.
해외 사례나 사이트에서 눈여겨 봐왔던 ‘Gaze burvill’의 제품들은 국내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는 목재 밴딩이 특징인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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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1/ Gaze burvill>

사람이 앉거나 기대는 부분에 곡면을 주어 부드러운 이미지뿐 아니라 사용성에서도 우수하다.
또한 목재가 가지고 있는 천연 그대로의 색상을 사용하여 시설물이지만 정원에서 도드라지지 않는다.

정원에 사용되는 소품 가구이다 보니 라탄 소재의 제품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실내 가구의 디자인 요소를 적용한 형태들이 라탄 특유의 느낌과 접목되어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그밖의 트랜스폼이 되는 제품들, 가든 빌딩(Garden building)들도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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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2/ 다양한 출품작>

사실 우리 스페이스톡은 정원에 배치되는 단독적인 가구 디자인은 해왔지만 정원 공간 전체를 바라보며 고민을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가드닝이 공용의 조경 안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면서 우리의 특기를 살려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가든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정통으로 가든 디자인을 시작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새로움과 톡톡 튀는 신선함이 갖춰져 있지만 경험과 깊이감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첼시 플라워 쇼를 비롯한 역사가 깊은 영국의 갖가지 정원 답사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원이 생활화되어 있는 영국을 둘러보면서 우리와 주거형태가 조금은 다르지만 지금 우리에게 불고 있는 가드닝 붐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우리의 주거형태나 라이프 스타일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생겨나는 다양한 니즈에서 우리의 환경에 맞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우리만의 아름다운 정원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